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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연 경기도지사(왼쪽)가 21일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콩그레스센터에서 열린 '미디어 리더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세션 진행은 이주옥 WEF 아태 사무국장(오른쪽)이 맡았다. (사진제공=경기도) |
[경기=로컬라이프] 박봉민 기자 = '2025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World Economic Forum. WEF) 참석 중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1일(현지시간) '김동연 경기도지사와의 대화' 세션을 갖고, 세계 미디어 리더들에게 한국 정치경제 상황을 브리핑했다.
다보스포럼에서 한국이 '미디어리더 브리핑'을 한 것은 야당 소속 인사로는 처음이며, 도지사(광역시장)로서도 처음이다. 앞서 정부 여당 인사를 포함해 2013년(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인 특사 자격으로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 이후 12년 만에 열린 '미디어리더 브리핑'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세션에는 최근 한국 상황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반영하듯, 미국·영국·중국 ·UAE·말레이시아 등의 20명 가까운 방송사 신문사 통신사 편집장·특파원·외교전문기자 등이 참가를 신청했다.
세션을 진행한 이주옥 WEF(세계경제포럼) 아시아태평양 사무국장은 "대한민국은 최근 몇 주 동안 계엄령 선포와 지도자들의 탄핵 등 중대한 정치적 도전에 직면해 왔다"며 "이번 브리핑은 대한민국의 정치적 상황과 경제 전망에 대해 김동연 도지사와 허심탄회한 논의를 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이다"라고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김동연 지사는 한국에 대한 '신뢰 회복'을 목표로, 한국경제의 잠재력과 회복탄력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김 지사는 이를 위해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탄핵인용 및 조기대선 ▲경제전권대사 임명 ▲윤석열 정부와는 다른 새정부의 '완전히 새로운 정책' 등을 큰 틀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어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한국 속담을 인용하면서 "이번 위기에서 벗어나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더욱 강해지고, 경제는 번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특히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진통은 단지 성장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면서 "역경이 견고함을 만든다. 저는 한국인의 잠재력과 회복력을 확신한다. 역사 자체가 그 증거"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피플파워'도 부각했다.
김 지사는 "(비상계엄 저지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위해) 매일 밤 응원봉으로 밤거리를 밝히던 평범한 사람들이 (탄핵후에는) 매일 낮 일터에서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하는 사람들"이라면서 "이들과 함께 저는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며, 국가 경제를 회복하는 데 있어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한, 김 지사는 브리핑 모두 발언을 통해 "경기도지사는 대통령 다음으로 많은 표를 얻어야 당선되는 정치적 영향력이 큰 자리"라며 "전직 부총리이자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 저는 이번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나름대로 평가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고민해 왔다"고 밝혔다.
그런 뒤 ▲그날 밤(2024년 12월 3일) 일어난 일 ▲그날 이후 일어난 일, 앞으로 일어날 일 ▲상황에 대한 나의 견해 ▲해결책 순으로 상황을 설명하며 대화를 이끌었다.
구체적으로 김동연 지사는 "비상계엄 선포 후 첫째 윤 대통령의 행동을 공식적으로 쿠데타로 선언했고, 둘째 도청 폐쇄 명령을 거부했으며, 셋째 윤 대통령의 즉각적인 체포를 촉구하는 공식 메시지를 국내 주요 정치인 중 처음으로 발표했음을 알렸다"며 "이에 더해 전 세계 정부와 기업 지도자들 2500명에게 긴급 서한을 발송해 한국의 튼튼한 기반과 회복력을 강조하며, 야당 리더로서,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의무를 다했다"고 밝혔다.
또한 국회 주변에 모인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 팔짱을 끼고 군대와 맞서 몇 시간 만에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을 통과하게 한 것을 시작으로 윤석열 대통령 국회 탄핵안 처리, 체포 및 구속수감 등 일련의 과정을 전하면서 향후 정국 흐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에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인데, 앞선 두 건(노무현-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경우 각각 2개월, 3개월로 몇 달 걸리지 않았다"며 "헌법 위반의 전 과정이 생중계된 만큼, 분명히 그 증거를 바탕으로 탄핵이 인용될 것으로 저는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확정하면 한국은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되고, 곧 새 정부가 출범할 것"이라면서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몇 달 동안 리더십 공백과 관련된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현 상황에 대해 김동연 지사는 "그늘에도 한 줄기 빛이 있다"면서 "최소한 우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실정을 2년 이상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런 기회가 없었다면 향후 2년은 더욱 처참했을 것"이라며 "우리는 (비상계엄 이후) 집회에 참여한 국민들과, 제도를 지탱하는 국회의 힘을 보여주었고, 이는 앞으로 더욱 견고한 민주주의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정치-경제 분야의 세 가지 해법을 오늘의 핵심메시지로 제시했다.
가장 먼저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탄핵안 인용과 '조기 대선'"을 강조했다.
김 지사는 "새 정부가 즉시 집권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라며 "불법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정권)은 당연히 교체되어야 한다. 이번에는 야당과 여당이 자리를 바꿔야 한다"고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두 번째로 "여야정 합의를 거친 '경제 전권 대사' 임명"을 촉구했다.
김 지사는 "전환기에 한국을 대표하고 글로벌 파트너와 소통할 역할이 특히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전환기가 지난 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완전히 새로운 경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확장적 재정 정책, 보다 미래지향적인 산업 정책, 취약계층을 위한 더 강력한 안전망, 기후변화에 대한 과감한 조치" 등을 꼽으며, "그래야 윤 대통령의 실책을 되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세션참가 세계 언론인과의 문답에서는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역전당했는데 조기대선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와 같이 국내 정치 상황에 관한 구체적 질문도 나왔다.
김동연 지사는 정당 지지율과 관련해 "K-드라마 재밌지 않나? 한국 정치도 속도나 반전이 대단하다. K-정치드라마라 할 수 있다. 예측가능하지 않고 변화무쌍하다. 일주일 뒤 지지율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 모른다.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대선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수레를 말 앞에 둘 순 없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다음 대선에서는 반드시 정권교체 이뤄져야 한다. 민주당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불법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 다시 정권을 잡는다는 것은 안 된다"며 "어떤 기회가 주어지든, 나는 정권교체와 민주주의 회복, 경제재건을 위해 가장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지금 대선 출마 문제를 논하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란 의미"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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